국내 전기차 시장 판도가 기아 최초 전용 전기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출시를 계기로 어떻게 달라질지 관심이 쏠린다.
4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기아는 상반기 내 브랜드 첫 번째 전용 전동화 대형 SUV 'EV9'을 출시한다. 앞서 지난 2일에는 신차 공개에 앞서 티저와 영상을 선보인 기아는 이달 중순 EV9의 내·외장 디자인을 공개하고, 이달 말 온라인 행사를 통해 세부 상품 정보를 공개할 예정이다.
기아는 2021년 11월 'LA 오토쇼'와 지난해 7월 부산국제모터쇼에서 'EV9'의 콘셉트 모델을 공개한 데 이어 지난해 8월 경기도 화성시 현대자동차그룹(현대차그룹) 남양연구소에서 위장막으로 가려진 'EV9'의 주행 시험 과정을 차례로 공개해 눈길을 끌었다.
'EV9'은 기아가 지난 2021년 출시한 'EV6'에 이은 전용 플랫폼 'E-GMP' 기반 두 번째 전용 전동화 모델이다. 특히, 브랜드 전동화 모델 라인업에서 플래그십 포지션을 맡고 있다는 점에서 출시 전부터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은 매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한국자동차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전기차(순수 전기차 기준) 판매량은 802만 대다. 이는 전년 대비 68% 늘어난 수치다.
국내 시장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내수 시장에서 전기차는 전년 대비 61% 늘어난 16만2987대가 팔렸다. 국내 전기차 시장은 현대차와 기아 두 브랜드가 74%에 달하는 점유율로 시장을 주도하고 있다.
기아는 지난해 7월 열린 부산국제모터쇼에서 'EV9'의 콘셉트카를 국내 최초로 공개했다. /더팩트 DB
상용을 제외한 일반 승용 부문에서 현대차의 '아이오닉 5'와 '아이오닉 6', 기아 'EV6' 세 모델이 꾸준한 판매량을 유지하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지만, 이들 모두 해치백 디자인을 채택하거나 쿠페형 세단(아이오닉 6) 형태로 만들어졌다. 물론 제네시스 브랜드에서 'GV60'를 비롯해 'GV70' 전동화 모델을 내놓긴 했지만, 두 모델 모두 대형 SUV는 아니다.
기아도 최근 'EV9'의 티저를 공개 당시 "EV9은 긴 휠베이스를 통해 넓은 실내 공간을 갖추고 있음을 짐작하게 하며, 전폭과 전고 등 차체 비율이 정통 SUV 형태를 띠고 있어 전동화 SUV로서 새로운 고객 경험을 전달할 것이다"며 신차의 포지션을 강조했다.
'패밀리 SUV'를 선호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EV9'에 거는 시장의 기대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최근 직영중고차 플랫폼 케이카가 전국 30~49세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상반기 출시 예정 신차 선호도 설문조사'에서 전체 응답자의 66.2%가 'EV9'을 선택했다.
'패밀리 SUV'로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전기차에 대한 니즈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점차 높아지는 추세다. 실제로 최근 영국 자동차 전문지 왓 카가 주최하는 '2023 왓 카 어워즈'에서 'EV9'은 독자들이 뽑은 '가장 기대되는 차'로 선정됐다.
기아는 오는 2024년 E-GMP 기반 브랜드 첫 대형 전기 SUV '아이오닉 7'을 출시할 예정이다. /현대차
현대차도 국내 대형 전기 SUV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다. 현대차는 내년 E-GMP 기반 대형 전기 SUV '아이오닉 7'을 출시할 예정이다.
현대차 역시 기아와 마찬가지로 양산차 공개를 앞두고 콘셉트카를 먼저 공개하며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어냈다. 현대차는 앞서 지난 2021년 LA오툐소에서 '아이오닉 7'의 콘셉트카 '세븐'을 처음으로 공개한 이후 국내에서는 지난해 7월 부산국제모터쇼에서 최초 공개했다.
현대차 관계자는 "세븐은 아이오닉이 제공하는 전기차 경험을 한층 더 확장해 현대차가 제시하는 대형 SUV 전기차의 디자인과 기술 비전을 담은 모델이다"고 설명했다.
한 완성차 관계자는 "국내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현대차 '팰리세이드'와 같은 대형 SUV나 국내 유일 미니밴 모델 기아 '카니발'과 같이 소위 '패밀리카'로 불리는 모델과 직접 경쟁을 벌일만한 모델은 없다"며 "EV9과 아이오닉 7이 잇달아 출시되면, 기존 전기차 시장은 물론 대형 SUV 시장 전체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